Love in a Life (삶 속의 사랑)
Room after room,
I hunt the house through
We inhabit together.
Heart, fear nothing, for, heart, thou shalt find her,
Next time, herself!—not the trouble behind her
Left in the curtain, the couch's perfume!
As she brushed it, the cornice-wreath blossomed anew,—
Yon looking-glass gleamed at the wave of her feather.
Yet the day wears,
And door succeeds door;
I try the fresh fortune—
Range the wide house from the wing to the centre.
Still the same chance! she goes out as I enter.
Spend my whole day in the quest,—who cares?
But 'tis twilight, you see,—with such suites to explore,
Such closets to search, such alcoves to importune! -
방에서 방으로
나는 온 집안을 샅샅이 사냥한다네
우리는 함께 서식하고 있지.
마음이여, 아무 것도 두려워 말라, 마음이여, 그대는 그녀를 찾으리,
다음엔, 그녀 뒤에 숨은 고뇌가 아니라 그녀를 꼭 찾으리
커튼 뒤에 남은, 긴 의자에 밴 향수!
그녀가 스치고 지나갔을 때, 벽 위의 화관 장식은 새로 꽃피었지,-
맞은 편 거울은 그녀의 깃털 장식 흔들릴 때마다 반짝거렸지.
헌데 오늘 하루도 낡아 없어지듯 지나가네
한 문을 지나면 또 다른 문이 나타나고;
나는 새로운 행운에 기대를 걸어보네-
구석방에서 가운데까지 넓은 집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그러나 가능성은 마찬가지! 내가 들어가면 그녀는 나가네.
찾아다니느라 오늘 하루 다 보내지만,-누가 상관하겠나?
그러나 벌써 해질 무렵이네, 보다시피,-방과 방을 찾다보니,
벽장들을 다 뒤지다보니, 구석방까지 끈질기게 다 뒤지다보니!-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 1812년-1889년>
사랑은 둘이서 하나? 혼자서 하나? 흔히 둘이서 하는 거라고 여기지만 기실은 혼자서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할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는 게 사랑이니까. 실제로 사랑을 뜻하는 한자어 ‘애(愛)’는 길을 가다가[夊] 만난 사람을 한 번 더 보고 싶어 뒤돌아보는 마음[心]을 그린 것이고 영어 ‘love’의 뿌리는 ‘기쁘게 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libēre’로서 상대방의 동의에 대한 의미는 포함하지 않는다. 저 쪽이 싫어하는데도 따라붙는 스토킹이나 짝사랑은 두말할 것도 없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연모의 정은 차이를 보일 수 있거니와 고뇌나 행복감의 크기 또한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랑은 언제나 혼자만의 것이라는 데는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한다. 상대방이 싫은 말을 해도 웃어주고, 상대방의 결점도 감싸주고, 상대방이 도망가려고 해도 붙잡는 이유 또한 그 사랑이 두 사람의 것이 아니라 나 혼자만의 것이기 때문이 아닌가?!
만년의 로버트 브라우닝 |
대영제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릴 만큼 전성기를 구가하던 빅토리아 왕조 시대에 활동했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 1812년-1889년) 역시 ‘사랑할 때 느끼는 감정은 나 혼자만의 것’이라고 믿고 최선을 다해 사랑을 찾았고 그 사랑을 아름답게 다듬었던 사람이었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남부러운 것 없이 성장한 브라우닝이 당시 척추를 다치고 폐질환까지 앓고 있던 6세 연상의 여류 시인 엘리자베스 바레트(Elizabeth Barrett)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구애한 끝에 바레트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밀리 결혼하여 이탈리아로 도망 친 이야기는 아직도 연인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희귀본들을 수집하여 집에 방대한 규모의 서재를 꾸며놨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적부터 문학에 관심을 가져 이미 21세 때 자신이 흠모하던 퍼시 비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에게 바치는 시집 <폴린(Pauline)>을 펴낸 브라우닝은 바레트와의 사랑으로 자신의 문학적 감수성을 꽃 피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밤새 연애편지를 썼다가 찢고 다시 썼다가 또 찢어버리는 청춘남녀들의 애송시 ‘삶 속의 사랑(Love in a Life)’은 브라우닝이 바레트와의 사랑을 나누면서 쓴 것으로 보인다. 대영제국의 전성기에 자신만만하게 성장한 미남청년 브라우닝은 사랑을 찾는 방법도 자신만만했던 것 같다. ‘Love in a Life’를 읽노라면 말을 탄 영국신사가 날렵한 사냥개 포인터를 앞세우고 이리저리 사냥감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장면이 연상되는 바, 둘째 행에서 ‘찾다’라는 의미로 ‘hunt’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셋째 행에서 ‘살다’라는 의미로 주로 동물들에게 사용하는 ‘inhabit’를 고른 것도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서라도 ‘사랑하는 그대’를 찾겠다는 의지 또한 끝까지 사냥감을 추적하는 사냥꾼의 그것과 닮았다. 브라우닝이 셸리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나 하나 시정(詩情)이 낭만주의 시들과는 전혀 다른 이유도 빅토리아 시대에 충만했던 영국인들의 자신감 탓이 아닌가 한다. 셸리나 바이런 등은 자신들의 감정을 마음껏 분출했던 데 반해 브라우닝은 자신의 의지와 정열을 표출했었다. 그런 인간의 의지와 정열 표출은 빅토리아 시대 문학의 한 특징이기도 하다. 또 후기에 접어들면서 극작(劇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극시(劇詩, dramatic verse)나 독백시(Dramatic monologue)를 많이 지은 것을 보면 셸리 못지않게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영향도 컸던 것 같다. ‘Love in a Life’도 낭독해보면 셰익스피어 연극의 독백 같은 느낌을 준다.
‘Love in a Life’를 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시가 그와 짝을 이루는 ‘Life in a Love(사랑 속의 삶)’이다. ‘Love in a Life’가 먼저인지 ‘Life in a Love’가 먼저인지도 헷갈린다. 어느 것을 먼저 읽고 어느 것을 나중에 읽더라도 매끄럽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브라우닝이 중의성(重義性, ambiguity)의 덫을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Love in a Life’에서의 화자(話者)가 ‘잃어버린 사랑’을 찾는 것인지 아니면 평생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집안 곳곳에 배인 그녀와의 사랑의 흔적은 찾는 것인지 헷갈리는 것처럼 ‘Life in a Love’에서도 그녀가 이미 도망갔는지 아니면 평생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잡겠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사랑이라는 게 느끼는 순간 잃어버리거나 도망갈 것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기 위해 일부러 중의성의 덫을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다음은 ‘Life in a Love’의 전문. 두 시를 번갈아 읽어보면서 어느 시를 먼저 읽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Escape me? 내게서 도망치려고?
Never— 어림도 없지-
Beloved! 내 사랑이여!
While I am I, and you are you, 내가 나이고 그대가 그대인 동안에는
So long as the world contains us both, 이 세상이 우리 둘을 포함하고 있는 한,
Me the loving and you the loth, 사랑하는 나 그리고 꺼려하는 그대,
While the one eludes, must the other pursue. 하나는 도망가고 다른 하나는 쫓는 한.
My life is a fault at last, I fear: 결국 내 인생 실패일지도 몰라, 난 그게 두려워:
It seems too much like a fate, indeed! 꼭 운명인 것처럼 보여, 정말 그렇네!
Though I do my best I shall scarce succeed. 내가 최선 다해도 성공할 것 같지 않아
But what if I fail of my purpose here? 헌데 여기서 내 의도 실패하면 어쩌나?
It is but to keep the nerves at strain,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수밖에,
To dry one's eyes and laugh at a fall, 넘어져도 눈물 머금고 웃어야지
And baffled, get up to begin again,— 실패해도, 일어나 다시 시작해야지,-
So the chase takes up one's life, that's all. 뒤만 쫓다 한 평생 지나더라도, 그 뿐인 걸
While, look but once from your farthest bound, 반면, 저 멀리서 그대가 한번이라도 봐준다면
At me so deep in the dust and dark, 먼지와 어둠 속 깊은 곳에 있는 나를,
No sooner the old hope drops to ground 예전에 품은 희망 땅바닥에 떨어지자마자
Than a new one, straight to the selfsame mark, 새 희망이 예전과 같이 솟구치리니
I shape me- 나 내 자신을 만들리라-
Ever 변함없이
Removed! 멀어지지 않게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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