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4일 금요일

학이시습(學而時習)-인(仁)의 실천사항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논어(論語) 학이(學而)편>

떤 사람의 생각은 그 사람의 '경험(經驗)'에서 나온다. 가느다란 실을 그린 실(糸)에 베틀 사이로 날실이 지나가는 모습을 그린 물줄기 경(경)이 붙어 만들어진 지날 경(經)은 '지나가다'라는 의미, 또 험(驗)은 말 마(馬)와 다 첨(僉)이 합쳐진 것으로서 '시험하다' '검증하다'라는 의미, 경험은 개인이 세상이라는 베틀 위를 실처럼 지나면서 감각기관을 통해 얻은 지각 또는 그 지각으로 결합된 지식의 축적을 말한다. 그게 개인차를 보인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똑 같은 사물에 대한 개개인의 느낌이나 인식이 일치하지 않는 것도 그런 개인차 때문이거니와, 그래서 이성에 의한 추론을 중시하는 합리주의 철학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경험주의 철학자들은 사물 인식의 원천으로 오로지 경험만을 손꼽았었다. 

세상은 넓고 개인의 경험은 그 사람의 머리통 속만큼이나 좁다? 그렇다. 인간 세상의 모든 갈등과 충돌 또한 개개인의 경험 차이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타인의 경험을 인정하지 않으며, 그래서 각기 다른 경험들은 서로 타협할 때까지 충돌할 수밖에 없으며, 그런 충돌의 대가를 뻐저리게 치른 후에야 자신의 경험이 타인의 경험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게 인간의 한계라는 것을 누구라서 부인하랴. 평생 천하를 떠돌면서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인간세상에서의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무진 애를 썼던 공자(孔子: 기원전 551-기원전 479)의 어록 논어(論語) 첫머리에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가 등장하는 것도 개개인 머리통 속만큼이나 좁은 경험의 한계를 극복하라는 충고로 받아들이면 틀림이 없다. 지금도 중고등학교 교실에서는 영어나 수학 등 자신이 모르는 것을 배워서 써먹으라는 말쯤으로 가르치지만 그건 수박 겉핥기, 배움이라는 건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에만 매달려 안달복달 아웅다웅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죽을 때까지 끌어안고 살아야할 숙제라는 공자의 관찰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국 산동성 소재 공자묘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이 세상에서의 삶이 외롭고 권태로운 것도 개개인의 경험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라는데 토를 달지 못한다. 그걸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하여 공자는 사족같은 설명을 추가한다.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어떤 사람들은 붕(朋)을 학교 운동장에서 공놀이나 함께 하면서 노는 친구나 벗 쯤으로 해석하지만 천만의 말씀, 왜 공자가 벗 우(友) 대신 무리 붕(朋)을 썼는지를 모르는 무식함의 소치다. 붕은 경험이 비슷하고 거기서 나오는 생각도 비슷하여 말이 잘 통하고 일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지기(知己), 그래서 이해(利害)나 주의(主義) 따위를 함께 하는 사람들끼리 뭉친 무리를 '붕당(朋黨)'이라고 하거니와, 삶이 외롭고 권태로울 때 그런 붕이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와 세상만사를 논하면서 일을 함께 도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즐겁겠느냐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옳다.

같은 부모로부터 핏줄을 이어받아 머리가 굳어질 때가지 함께 먹고자란 형제들 사이에서도 경험과 생각은 모두 제각각, 하물며 이해타산이 거미줄처럼 얽힐 수밖에 없는 인간 세상에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해해주는 지기를 찾기가 쉬운가? 원초적으로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있어서 지기 찾기는 이해관계의 파도에 실려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물거품 잡기, 그래서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 세상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을 내지 않아야 군자(君子)라는 공자의 깨달음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학이시습'이야말로 공자 사상의 핵심인 인(仁)의 실천사항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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